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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양육비 못 받은 채…5년 싸움 끝에 세상 등진 엄마가 남긴 마지막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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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골인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7-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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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상공개 사이트가 문을 닫은 뒤로는 양육비를 한 푼도 못 받았어요... 소송도 너무 힘들어요." (A씨의 마지막 말)
홀로 딸을 키우며 2016년부터 양육비 소송을 이어온 A씨(47)는 지난달 29일 끝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전남편은 2015년부터 단 한 번도 양육비를 자발적으로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이행명령과 감치명령 소송을 수년간 반복했지만, 전남편은 위장전입을 거듭하며 버텼다. 소송 서류가 전달되지 않아 판결은 무산되기 일쑤였고 이행명령 소송에만 2년, 감치명령 소송에는 3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형사 고소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A씨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었던 것은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뿐이었다. 사이트가 열리면 전남편은 돈을 조금 보냈고, 닫히면 다시 끊었다. 지난해 1월 대법원 유죄 판결 이후 사이트가 문을 닫자 최후의 희망마저 사라졌다. A씨가 받지 못한 양육비는 총 8000만원. 그의 딸은 이제 겨우 17살이다.

1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양육비 채권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양육비 미지급자 형사처벌 절차 간소화'와 '형량 강화'다. 현행 제도에서는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먼저 이행명령 소송을 하고, 여기서도 버틸 경우 감치명령 소송을 거쳐야만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감치명령 판결이 나오더라도 실제 고소까지는 최소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마저도 비양육자가 위장전입이나 서류 수령 거부로 시간을 끌면 소송은 계속 표류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감치명령 소송에서는 공시송달(상대방을 찾을 수 없을 때, 법원이 서류를 대신 전달하는 절차)이 인정되지 않아 재판이 열리기 어렵고, 열려도 기각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경우 이행명령 소송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형사고소까지 가려면 약 5~7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양육비 소송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 보니 실제 양육자들이 양육비를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양육비는 이자가 붙지도 않아 비양육자가 버틸수록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양육비 채권자 B씨도 "(감치판결 후) 1년 기다리라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도망가서 살 길을 찾아라' 하며 시간을 주는 격"이라며 "이 기간 동안 양육비 미지급자는 재산을 은닉하거나 차명계좌로 돌려놓고 싸울 준비를 한다"고 토로했다.

긴 재판 끝에 형사고소에 성공해도 정작 양육비를 받기는 쉽지 않다. 현행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및 '가사소송법'은 양육비 미지급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형량이 너무 낮고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 '차라리 몇 달 버티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2와 초6 두 아들을 홀로 키워온 김은진씨(47)는 4년 6개월에 걸쳐 이행명령·감치명령·형사고소까지 진행해 국내 첫 '양육비 미지급 실형 판결'을 끌어냈지만, 정작 양육비는 제대로 받지 못했다. 번번이 내려진 집행유예 판결에 승복할 수 없었던 김씨는 매일 검찰청과 전남편 집 앞에서 수십 차례 1인 시위를 벌였고, 국회 앞에서 삭발 시위까지 감행했다. 전 시아버지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3년 가까이 법정 다툼을 이어가면서도 끝까지 싸워 전남편에게 징역 6개월 형이 선고되도록 했지만 돌아온 건 허탈함뿐이었다.

김씨는 “1억원 넘는 미지급 양육비를 주느니 차라리 몇 달 살고 나온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미약한 처벌이 양육비를 못 받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며 “형량이 강화돼 적어도 2년 정도는 징역을 살게 해야 양육비 미지급자가 경각심과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의원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형량을 2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양육비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탓에 법안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형량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처벌만 강화할 경우 아동 양육 관련 책임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만연해질 수 있다"며 "국가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갈등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책임 이행을 유도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구상권을 통해 상습 체납자의 직장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후 월급을 차압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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